2019년
2019년을 돌아봅니다. 한 해 동안 시장이 아주 좋았습니다. 제가 기준으로 삼는 벤치마크가 16% 가까이 올랐습니다. 세계 자본주의 자산 시장이 그만큼 팽창했다는 뜻입니다. 무언가를 사 두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평균적으로 그 정도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2019년은 시장이 좋은 해였습니다. 시장이 좋은 해에는 한 가지 기분을 경계하게 됩니다. 나를 두고 버스가 떠나는 것 같은 조급함입니다. 그 기분은 대체로 시장이 고점에 가까워졌다는 신호입니다.
한 해 동안 읽은 책과 논문을 돌아봤습니다. 논문을 읽는 데 시간을 많이 썼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사실은 한 편의 논문을 수십 번씩 다시 읽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수백 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올해 읽은 논문과 책의 수를 세어 보면 한 손으로 충분합니다. 여전히 알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그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더 지나야 이것이 운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고, 더 공부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지 궁금합니다.
자본주의는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공리 위에 세워진 시스템입니다. 인간의 본성을 토대로 삼은 시스템은 오래갑니다.
SNS와 뉴스를 보지 않기로 정한 뒤로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 시간을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저에게 의미 있는 일은, 노동으로 버는 수입을 자본으로 버는 수입으로 바꾸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많은 사람이 의미 없어 보이는 일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도 기생충이었습니다.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사람들이 대체로 자신과 같은 계급의 사람과 다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하철을 탄 사람은 같은 지하철을 탄 사람과 다툽니다. 버스가 늦게 온다며 버스 기사에게 폭언을 하기도 합니다.
회사도 비슷합니다. 회사 안의 여러 제도와 시스템도 자본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오랜 시간 다듬어져 왔습니다. 출퇴근과 직급, 평가 같은 구조도 그 흐름의 일부로 보입니다. 이 시스템 역시 인간의 본성 위에 서 있기에,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악플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악플과 같은 심리에서 나오는, 특정한 대상을 향한 비난도 SNS에 흔합니다. 그런데 악플을 비난하는 이 문장 역시 일종의 악플이고, 저 또한 악플을 쓰는 사람과 같은 심리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까지 따라가면 결국 모든 것이 의미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이 좋지 않아 마음이 좁아져 있고, 그래서 남에게 엄격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빈부의 격차가 줄어들면, 남에게 너그러운 사람이 다수가 될까요.
웹툰 이야기도 적어 둡니다. 덴마는 아쉽게도 실망스러운 결말로 끝날 것 같습니다. 영원한 빛은 올해 완결되었습니다. 첫 화가 나왔을 때부터 재미있게 봤기에, 끝나고 나니 아쉬움이 큽니다. 제가 본 가장 좋은 웹툰 가운데 하나로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한 해 동안 쿠버네티스를 다루는 일을 했습니다. 내년에도 쿠버네티스와 관련된 일을 하지만, 조금은 다른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을 했는지는 2020년 회고에서 요약해 보겠습니다.
다음 회고는 2021년 1월에 이어집니다. 그때쯤이면 운인지 아닌지에 대한 확신이 서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