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 해를 돌아봅니다. 평생 잊지 못할 1년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COVID-19 때문에 생활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내년 회고를 쓸 때쯤이면 이 상황이 어느 정도 해결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2020년은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다는 확신이 생긴 해이기도 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이것이 운인지 아닌지를 늘 의심했습니다. 한두 해 잘된 결과를 곧바로 실력이라고 믿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계속 운이 아닌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에 확신이 생겼습니다. 조금 더 일찍 확신이 들었다면 좋았겠지만, 늦게 든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확신이 생긴 뒤로 세계관이 꽤 바뀌었습니다. 그중 가장 좋은 변화는, 이기적인 사람에게도 너그러워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월세로 바꾸기로 하고, 실제로 옮겼습니다. 저는 웬만해서는 잘 움직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엉덩이가 아주 무거운 편입니다. 그런 저를 움직이게 할 만큼 분명한 장점이 보여서 결정을 내렸습니다. 연말에 이사를 했고, 지금은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일찍 옮겼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무언가를 결정하기 전에 고민이 너무 많습니다.

한 해 동안, 배워 두면 쓸모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자주 생각했습니다. 이 답은 시기에 따라 자주 바뀝니다. 지금 시점의 생각으로는 통계, 프로그래밍, 영어, 운전의 순서입니다.

회사 이야기입니다. COVID-19 때문에 거의 1년 내내 재택으로 일했습니다. 정확히는 2월 말부터입니다. 회사에서 한 일을 요약하면, 클라우드 플랫폼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 구름 너머에는 쿠버네티스와 go, knative, istio, helm, envoy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더 자세히 적고 싶지만, 공개된 글에 정확히 쓰기는 조심스럽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자세히 풀어 쓰기가 조금 귀찮은 마음이 큽니다.

건강 관련해서는 몸무게가 최근 15년을 통틀어 가장 높이 올라갔습니다. 재택근무는 살이 찌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한 해 동안 본 것들도 적어 둡니다. 영화와 드라마 중에서는 1917, 나이브스 아웃, 테넷, 소리도 없이, 콰이어트 플레이스, 나르코스, 나르코스 멕시코, 런, 800, 21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중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은 1917입니다.

웹툰은 후기, 별종, 헬58, 도망자, 행성인간, 초인의 시대, 호랑이형님, 더 복서, 고수, 체크포인트, 헌팅, 피와 살, 수평선, 라스트 서브미션을 봤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수평선입니다.

인터넷 방송도 꽤 봤습니다. 침착맨님의 삼국지 방송, 배도라지 25시간 MT, 풍월량님의 데이 바이 데이라이트 방송이 기억에 남습니다. 주로 침착맨님과 풍월량님의 방송을 챙겨 봤습니다. 그중에서도 침착맨님의 삼국지 방송이 특히 좋았습니다. 어릴 때 삼국지 영걸전을 밤새워 하고 삼국지 책을 몇 번씩 다시 읽었던 비슷한 세대라서, 공감에서 오는 즐거움이 컸습니다.

한 해를 보내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세상의 거의 모든 일이 취향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휴지를 앞으로 거는지 뒤로 거는지, 대답을 ‘네’로 하는지 ‘넵’으로 하는지, 어떤 종교를 믿는지, 정치 성향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 코드에서 공백을 쓰는지 탭을 쓰는지, 무엇을 좋은 코드라고 부르는지조차 마찬가지입니다. 그 밖에도 살면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가 그렇습니다.

사람은 대체로 자기 취향이 옳고 남의 취향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죽을 때까지 그 생각을 바꾸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라고 받아들이면, 보이는 풍경이 달라집니다. 상대의 취향을 존중하는 자세로 대화하면, 화를 내는 일도 다투는 일도 갈등도 줄어든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이 따져 보면 남에게 정말로 화를 내야 할 일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그저 취향의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2021년에는 COVID-19 상황이 가라앉아서, 다시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